이설희 개인전 《시간이 머무는 사발》
본문

○ 관람 안내
- 참여 작가: 이설희
- 전시 일정: 25.12.29(월) ~ 26.1.3(토)
- 전시 장소: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명대로 1090, 계산메가타운 206호
(계산역 2번출구 앞)
- 운영 시간: 10:30am - 6:00pm (일요일 휴무)
○ 전시 개요
이설희 개인전 《시간이 머무는 사발》
흙과 불의 과정은 예측대로 흐르지 않는다. 작가는 도예 작업에서 미리 정해둔 결과보다,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는 재료의 반응을 따라간다. 흙의 상태, 불의 온도, 유약의 흐름처럼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작업의 변수가 되고, 예측 불가능한 과정 속에서 형태는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 손을 멈추거나 다시 고치고, 우연히 생긴 변화는 그대로 남겨둔다. 작업은 계획을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기다리고 지켜보는 시간에 가깝다.
그렇게 완성된 형태는 과장되지 않은 상태로 놓인다. 단정하지만 경직되지 않고, 매끄럽기보다 솔직하다. 미세한 비대칭과 표면에 남은 흔적은 수정의 대상이 아니라, 작업이 지나온 시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남는다. 작가는 이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안정과 온기를 발견한다.
작품은 쓰임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채워짐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비어 있는 순간에도 형태는 충분히 성립하며, 손에 들었을 때의 무게와 균형, 표면의 촉감은 사용 이전부터 분명한 존재감을 전한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한다. 차를 따르고, 밥을 담고, 혹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채 바라보는 순간들 속에서 사용자의 일상과 겹쳐지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반복되는 사용은 형태를 소모시키기보다, 시간을 더해 간다.
이번 전시는 빠르게 소비되는 사물과 이미지의 흐름 속에서, 도예가 놓이는 다른 시간의 결을 보여준다. 작품이 품은 시간과 태도를 통해, 관람객은 자신 안의 느린 시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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