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창간 36주년 세계일보 세계미술전(올해의 선정작가) 정영한 중앙대교수/아트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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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한작가 미술평론/서문-
이홍원|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정영한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단상’
: 본질과 가치를 향한 은유와 상징
정영한 작가와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
세계일보 창간 36주년을 기념하는 세계미술전에서 올해의 작가로 정영한 작가를 선정했다. 미디어와 AI를 활용한 다매체 작품들이 주목받는 현대의 미술 흐름 속에서 구상 회화작업을 고집스럽게 이어온 작가를 선정한 것은 미술과 회화의 본질을 되짚어본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정영한 작가에게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그의 작업에서 가장 큰 본질적 화제(畵題)가 되었고, 그 문제를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이 고민에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논한 “존재, 진리, 이념, 언어는 근원에서 하나가 된다.”라는 관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다다이즘적, 팝아트적, 극사실주의적, 기호적 표현들은 모두 근원과 본질을 더 확실하게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음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문제는 그가 30년 전부터 줄곧 이어온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산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바로, <우리時代 神話> ; 인간의 욕망이 낳은 신화들 시리즈와 <이미지-時代의 斷想>, <이미지-時代의 斷想; ICON>, <Beyond the Brillo>,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 시리즈 작품들이다. 결국, 작가는 프로세스의 변화만을 가져올 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화는 새롭게 쓰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회화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라는 작가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이미지에 의해 강요와 세뇌를 당하면서 허구와 환영이 진실이 되는 현대 사회를 꼬집기도 한다.
회화는 작가의 주관적 사고가 은유적 장치를 통해 작품에 표현되므로 예술적 경험은 그 은유적 구조와 내적으로 연관되어 확장된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이해를 하는데 있어서 은유와 비유는 우리 삶에서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실재를 창조하는 기제(機制)”로 보았다.
즉, 넓은 의미의 은유는 정보 전달과 축적된 지식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재생산해내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그의 2024년 개인전에 소개한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 시리즈를 보면,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을 다루던 이전의 주제에서 작가 개인 내면의 주제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사회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 봤을 때,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인다.
그는 우리 인간이 잃어가거나 망각하는 것들, 또는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어렸을 때, 그리도 소중히 간직했던 애착 인형들, 한때 우리의 일상생활의 혁명을 가져왔던 작은 소비품, 지구의 환경과 우리의 마음을 정화해 주었던 일상의 자연과 풍경, 그리고 신뢰와 정(情), 사랑과 같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본질적 문제에 대한 성찰을 화면에 그려낸다.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끝없는 개발 욕망은 이전보다 편한 삶을 열어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작가는 결국 인간성 상실이라는 반대급부의 상황들과 무너져버린 혼탁한 세상의 굴레로 빠져들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작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즉,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과 어렸을 적 꿈과 상상을 키워주었던 이야기책의 주인공들을 은유와 상징적 기표로 화면에 그려낸다. 하지만 그 기표들이 전하는 지혜와 권선징악의 메시지들을 현재 삶과 연결됐을 때, 이격을 보이는 상황을 지적하는 아이러니도 함께 드러난다. 그러한 아이러니는 시뮬라크르 기법을 활용한 초현실주의 분위기를 통해 데페이즈망 되면서 그만의 일루전을 구축해낸다. 이 모두 큰 테두리에서 볼 때, 은유적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영한 작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회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과 사고를 담는다. 이때, 표현 방법은 시대마다 차이를 갖는다. 우선 하나의 회화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전 시대의 전승된 기법을 익히고 난 후, 당대의 기술과 감각을 활용한 새로운 기법을 통해 표현하는데, 이때 우리는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낸다. 회화를 언급함에 있어 우리는 재현과 미메시스(모방, mimesis)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왜냐면 작가의 사고를 그림에 담으려면 화면에 형태와 기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표는 전승적 기법에 의존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정영한 작가는 이미지의 응축(凝縮)
과 전치(轉置)를 통한 은유나 환유의 표현구조를 활용하여 그의 사고를 전달한다. 프로이트는 예술 작품의 생성작업과 꿈 생성작업의 차이를 ‘2차 가공(secondary revision)’이라고 하였다. 그는 예술가들의 심리적 내용을 은유와 환유 그리고 상징으로 변형시켜 미적 형식으로 창조해내는 독특한 능력을 지녔다고 보았다.
정영한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원관념에 여러 개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확장 은유와 은유 속에 또 다른 형태의 은유가 이중 삼중으로 들어있는 액자식 은유를 통해 이 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과 인간사회가 지키고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작가의 철학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철두철미한 이성적 계획과 무의식적 상상력과 재구성력은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로 나타난다. 즉, 차갑고 날카로운 이성과 끝없는 상상력을 요하는 반이성이 합쳐졌을 때, 기획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묘사되는 것이다. 특히, 2024년에 제작한 최근작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 시리즈는 위에서 말한 정영한 작가 철학에 대한 상징과 은유의 상호작용은 리차즈(I. A. Richards, 1893∼1979)가 언급했던 직관과 상상력에 기반한 확장된 내포 의미로서의 길을 열어준다. 또한, 이 시리즈를 통해 정영한 작가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답하고 있다. 너무 가볍게 유행을 좇거나, 아니면 너무 진지해서 진부해진 형식이 아닌, 새로운 유니크함을 추구하면서 그 만의 회화세계를 구축해냈다. 그러면서 한편, 한계에 부딪힌 현대회화에 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충분히 아카데믹 하면서도 현시대의 이슈와 철학을 완벽한 구상력과 지난한 공력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가 몰입하면서 경외심을 갖는 경험을 갖게 한다. 이러한 이유가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뻔한 이유같이 보이지만 많은 작가가 부딪히는 바로 그 지점을 작가 정영한은 뛰어넘고 있다. (2025.02)

2025년 창간 36주년 세계일보 세계미술전(올해의 선정작가) 정영한 중앙대교수/아트인뱅크
주 최 : (주)세계일보 정희택사장
주 관 : (주)아트인뱅크 임완수대표
-기 획 : 작가선정심사, 전시기획
-아트디렉터 / 큐레이터 : 아트인뱅크 문화예술 이사
-편집/인쇄 : 아뱅 (주)아트인뱅크 문화예술 기획 디자인팀
서 문/미술평론 : 이홍원(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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